발자국 지수(指數)/ 李圭泰 (조선일보)
서양사람들은 자고 나도 침대는 고스란히 공간 점유를 한다. 한국에서는 자고 나면 이부자리를 개어 얹음으로써 밤 동안 점유했던 공간을 원점으로 환원한다. 서양에서는 앉지 않아도 의자는 제자리에 버티고 있어 공간을 낭비하는데, 한국에서는 앉았던 방석을 치움으로써 공간을 절약한다. 서양의 가방은 텅 빈 채 공간을 비생산적으로 낭비하는데, 한국의 보자기는 싸고 나르고 나면 그 공간을 돌려주고 스스로 무로 돌아간다. 옷도 그렇다. 양복은 입고나도 옷장에 입체수납되어 공간을 유지하는데, 한복은 접어서 차곡차곡 장롱 속에 평면수납하여 공간을 아낀다. 칸을 가르고 바람을 막으며 화조(花鳥)로 방을 장식할 때 폈던 병풍도, 쓰고 나면 접고 더울 때 펴 바람을 일으키던 부채도, 부치고 나면 접어 무로 돌린다. 서양 아이들 색종이 오려 붙이고 공작하는 것은 보았어도, 한국 아이들처럼 접어서 치마저고리 만들고 집고 개도 만들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접기놀이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서양사람들은 자고 나도 침대는 고스란히 공간 점유를 한다. 한국에서는 자고 나면 이부자리를 개어 얹음으로써 밤 동안 점유했던 공간을 원점으로 환원한다. 서양에서는 앉지 않아도 의자는 제자리에 버티고 있어 공간을 낭비하는데, 한국에서는 앉았던 방석을 치움으로써 공간을 절약한다. 서양의 가방은 텅 빈 채 공간을 비생산적으로 낭비하는데, 한국의 보자기는 싸고 나르고 나면 그 공간을 돌려주고 스스로 무로 돌아간다. 옷도 그렇다. 양복은 입고나도 옷장에 입체수납되어 공간을 유지하는데, 한복은 접어서 차곡차곡 장롱 속에 평면수납하여 공간을 아낀다. 칸을 가르고 바람을 막으며 화조(花鳥)로 방을 장식할 때 폈던 병풍도, 쓰고 나면 접고 더울 때 펴 바람을 일으키던 부채도, 부치고 나면 접어 무로 돌린다. 서양 아이들 색종이 오려 붙이고 공작하는 것은 보았어도, 한국 아이들처럼 접어서 치마저고리 만들고 집고 개도 만들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접기놀이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