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곁들인 일기

자화상 (自畵像)

by 진환 posted Apr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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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이 난해한 질문에 너무도 평이하고 흔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기 초부터 이번 자화상 과제, 즉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나를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몇 장의 추려진 사진만으로 자기 자신을 충분히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무리였다. 나라는 복잡한 한 인간형을 한 장의 이미지로 표현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능력도 부족했고, 나 자신에 대한 나 자신의 이해 또한 부족했기 때문이다.

난 평소 ‘사진에서는 사람냄새가 나야한다’ 고 늘 생각해왔다. 물론 개인적 취향이다. 나는 주로 사람이 사진 속에 등장하던 등장하지 않던 그 사진에서 사람의 냄새가 풍겨야 그 사진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또한 미약한 실력으로나마 내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한 장 한 장, 내 사진기 속에 담아나가기 시작했고, 그와 내가 한 순간을 공유하는 그 과정은 셔터를 누르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매료시키고 있었다. 뷰파인더 안으로 보이는 그의 세계와 나의 시선이 만나는 접점. 그 접점의 기록. 그 과정에서 난 생각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나의 실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자화상으로써 다소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아에 대한 고민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기말의 자유주제에서는 무언가 나의 생각과 나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했다. 백문이 불여일찍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이번 중간과제는 내 사진공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책을 보고 좋은 사진들을 많이 보고 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직접 찍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리라. 100장의 사진은 2004년 2월 이후 찍은 사진들이다. 100장을 찍은 시간 순으로 일렬로 늘여놨을 때 내 사진이 좋아지고 있는지 어떤지는 잘 구분이 안가지만 역시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사실만은 새삼 깨닫지 않았던가?

인물 사진을 찍으면서 한때는 ‘왜 내 사진은 항상 똑같지? 왜 신선하지가 않아?’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것은 내가 사람들을 늘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려 했기 때문이다. 프레임안의 같은 위치. 같은 포즈. 같은 구성. 그래서는 그 사람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어쩌면 사각의 프레임만으로는 그 사람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유주제를 사람들의 뒷모습으로 해볼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앞으로 1000명의 독사진을 찍어보고자 한다. 그 1000명의 사진을 내 방 벽면 가득 채워둔다면 늘 외로움이 엄습하는 내 자취방에서도 늘 내 존재감을 느끼고 행복해할 수 있지 않을까. 정작 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다소 아쉽지만 새로운 친구 100명을 얻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많이 뿌듯하다. 마지막으로 사진 촬영을 허락해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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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 2004.05.02 11:02
    가운데 흑백사진 두장은 영실님과 진환님이시군요 너무 멋져요. 그냥지날수 없게 만들었어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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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환 2004.05.02 17:44
    수련님 오랫만이네요. 고맙습니다 ^^;
    언제 서울 오시면 차라도 한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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