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곁들인 일기

6년만의 술자리

by 진환 posted Nov 04, 2007


11월 3일, 상철형이 장가를 갔다. 또 기분이 별루다. 결혼식마다 매번 기분이 별루다...
준규랑 정현이도 식을 올렸는데, 아침에 퇴근한터라 '잠' 때문에 얼굴도장을 못찍었다.
정말 보고싶은, 가까이서 눈을 마주치고 손을 꼭 잡고 '축하해!' 해주고 싶었는데. 미안!

집에 가는 길에 여자친구를 만나, 내 기억에 의하면 6년여 만에 같이 술을 먹기로 했다.
녀석이 늦어 안양역 주변을 방황하다 어이쿠, 조그만 이쁜 꽃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머니, 여기 쪼그만 꽃바구니 얼마에요?"
"만원이요"
"주세요"

정말 오랜시간을 만났으나 아직 단한번도 100송이 꽃다발을 품에 안겨준 적이 없다.
그렇지만 '뭔가 특별한 일이 없구나' 싶을 때면 곧잘 한 송이, 두 송이 선물하곤 했다.
그러면 받는 사람도, 선물하는 사람도 참 기분이 좋아진다. (적어도 수일은 지속된다)
특별한 날 선물하는 한아름 가득 100송이 꽃다발도 좋겠지만 난 내 방식이 더 좋다.!!



근데, 너무 간만에 선물했나?  ^^; 미안 !!
(근데 남자도 꽃 선물 받는거 좋아한다뭐, 췟)



난 愛주가이다. 벌컥벌컥 잘 들이키는 술꾼은 못되지만 술이 정말 좋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자친구와 술을 마셔본건 오늘이 딱 두번째다.
그것도 2001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술을 마시는 모습, 술에 취한 표정ㆍ말투ㆍ눈빛, 참 중요한 그 사람의 모습이다.
"술을 마셔봐야 그 사람이 어떤사람인지 알아!"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술을 마시는 모습 또한 그 사람의 중요한 모습 가운데 하나라는 거다.
나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평생 얼마나 긴 시간동안 술에 취해있을텐데. ㅋ

그런데 여자친구는 그런 나의 취한 모습을 6년 동안 보질 않았다.
여자친구가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격한 통금도 한 이유.

난 그게 참 서운했다.
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잘 알았으면 좋겠다.
살아봐야 얼마나 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봐야 얼마나 맺는다고,

여자친구가 오히려 따지듯 되묻는다.
 " 마시자고 안했잖아! "
못난 답이다. 너도 나도.

요즘은, 나에게도, 여자친구에도 힘든 시간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 날 바꾸려 하지마!!"
"오늘은 내가 정말 많이 양보한거야!!"

아침에 눈뜨자마자 뇌리속을 스치는 두 문장이다.
지금 너와 내가 풀어야할 문제를 꼭 집어 설명하는 간결한 문장이다.

양보와 이해. 어려워. 아마 평생 어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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